이런 이야기를 했던가?
홍콩 생활 7년
회사-집-회사-집 쳇바퀴를 돌다가도 말이지
끈 나시 숏팬츠 입고 쪼리 신고 문 밖을 나서
MTR 타고 에드미럴티에서 내려 내 최애 센트럴파크를 거쳐 랜드마크까지 걷자면
이제 막 첵랍콕 공항에 떨쳐진 투어리스트인냥 설랬었다고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가도 말야
근데 글쎄 남원 광한루원이 그래
어둠이 살포시 내려앉은 광한루원에 가면
어느 게 진짜 누각인지 어느 게 진짜 나무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물 속에 비친 정원이 비현실적인 거지
그래서 번번히 가던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말아
다음에 또 가면 아마 또 셔터를 누르고 있겠지
광한루원 정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볼 수 있는
둥근 달이 뜬 완월정
우리나라 전통 가옥은 늘상 남쪽을 바라보게 짓는데
완월정 玩(놀 완) 月(달 월) 亭(정자 정) 은
달 놀이하라고 달 뜨는 동쪽을 향해 서있다고 한다
그래서 완월정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에
일년 내내 보름달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나보다
10여 년 째 터잡고 살고 있는 남원에서
또 다시 투어리스트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살아본 적 없었지만
이렇게 평생도 살 수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