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美/하루

버지니아텍 참사를 보며...

2007. 4. 19. 13:34
외국에 나와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요즘이다.

미국에서의 온 세상을 흔드는 참사의 소식이 왜 남 일같지 않게 내 가슴을 울리는 것일까.

처음 참사의 용의자가 아시아인이라고 하였을 때 제발 한국인이 아니기를.. 얼마나 바랬었는지..

그리고 중국계라는 발표가 났을 때만해도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 었었다.

그런데 늦은 시간 참자의 주인공이 한국인이라고 밝혀진 후 더이상 남의 일도 다른 사람의 일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나의 부끄러운 민족적 이기심을 인정하며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오고간다.



난 비록 대단한 애국자도 아니고 복잡한 한국보다는 편한 외국의 삶을 선택한 사람이지만, 유학시절 한국을 떠나 외국에 있는 우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자는 것이 친구들과 기본적으로 교류되던 마인드였다.

우스운 이야기 일진 모르겠지만 길을 가다 휴지라도 남몰래 버리거나 무단횡단을 하고 나면 약속이나 한 듯 하지도 못하는 일본어 억양을 따라하며 친구들과 키득거릴 정도로...



미국 정부는 다민족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 건너와 영주권을 가지고 살던 사람이니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기 때문에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며 한국을 옹호해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하지만 현실로 비추어지는 건 여전히 그는 한국인이다.

아이가 밖에 나가 잘못하면 부모 망신을 시키는 것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시는 어르신네들의 말씀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한국인으로서 다른 나라에 와 살면서 나 한 사람의 잘못이 이제는 내 부모를 넘어선 내 나라까지 욕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일로 더욱 선명하게 깨닫게 된 것 같다.



또 국적과 인종을 떠나 한 사람이 그렇게까지 자아가 무너지고 상처받고 왜곡된 세계관 속에 파괴적인 생각을 하기까지 그를 그 원망과 분노의 구렁텅이에서 구원해줄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 그를 위해 진정으로 눈물 흘리며 기도한 한 사람이 없었나 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한사람.. 딱 한사람만이라도 그를 진정으로 보듬어 줄 수 있었다면,, 그를 위해 통곡하며 기도해 주었다면 오늘과 같은 큰 충격과 참혹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내 주위에 내 주변에는 이렇게 상처와 분노에 쌓여 무너져가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되돌아 봐야 할 것 같다.





한 사람으로서, 부모님의 자녀로서,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로서,

잘 살아야 겠다.

잘.. 바르게.. 온전히.. 살아야 겠다.

한 순간이라도 그릇된 생각에 내 마음을 내어주지 않도록 마음을 지키며 살아야 겠다.

내 마음에 어떠한 어둠의 생각도 자리잡지 않도록 늘 깨어있어야 겠다.